미학&예술학

예술은 반드시 아름다워야 하는가? – 현대 예술과 미학의 관계

onde-sa 2025. 3. 10. 18:19

 

 

예술은 오랫동안 인간이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감상하는 방식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현대 예술이 등장하면서 예술이 반드시 아름다워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이 활발해졌다. 현대 예술은 미적 가치뿐만 아니라 개념적, 사회적, 철학적 메시지를 강조하며, 때로는 충격적이거나 불편한 감정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이 글에서는 예술과 아름다움의 관계를 전통적 미학과 현대 미학의 차이를 중심으로 분석하고, 현대 예술이 미적 가치 외에 어떤 요소를 중시하는지 살펴보겠다.

예술은 반드시 아름다워야 하는가? – 현대 예술과 미학의 관계

 

1. 전통적 미학에서의 예술과 아름다움

 

고대부터 르네상스까지 예술은 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술이 자연의 조화와 질서를 반영해야 한다고 보았으며, 르네상스 시기에는 인간의 비례와 균형이 예술에서 중요한 요소로 간주되었다.

 

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미학

 

플라톤은 이상적 아름다움이 존재하며, 예술은 이데아 세계의 아름다움을 모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술이 현실을 재현하는 것이며, 감정을 정화(카타르시스)하는 기능을 한다고 보았다. 이처럼 전통적 미학에서는 예술과 아름다움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② 르네상스와 고전주의 예술

 

르네상스 시기에는 인간의 신체 비율과 원근법을 활용하여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창조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나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은 이러한 미적 이상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이 시기의 예술은 ‘조화’와 ‘완벽한 형태’를 강조하며, 예술의 목적이 미적 경험을 제공하는 데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19세기 이후 예술의 목적이 단순히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에서 벗어나 점점 더 사회적, 철학적 의미를 내포하게 되었다.

 

 

2. 현대 예술에서의 미적 가치 변화

 

20세기 이후 예술은 단순한 미적 쾌락을 넘어서 다양한 감정과 개념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변화했다. 현대 예술에서는 ‘미’뿐만 아니라 ‘추함’, ‘불편함’, ‘충격’, ‘아이러니’ 등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① 인상주의에서 표현주의로: 감정의 표현

 

19세기 후반 인상주의는 전통적인 미술 기법을 벗어나 순간적인 인상을 포착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모네의 〈인상, 해돋이〉는 형태를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고 빛과 색채의 변화에 집중하며, 아름다움의 개념을 확장했다.

20세기에 접어들며 표현주의(Expressionism)는 인간의 내면을 강렬하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뭉크의 〈절규〉는 아름다움을 추구하기보다는 불안과 공포를 강렬하게 표현하며, 예술의 목적이 감정을 환기하는 데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②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 기존 미학에 대한 도전

 

1차 세계대전 이후, 기존 가치관을 부정하는 다다이즘(Dadaism)이 등장했다. 마르셀 뒤샹의 〈샘(Fountain)〉은 기성품(레디메이드)을 예술로 제시하며 ‘예술은 반드시 아름다워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는 예술의 개념을 미적 가치가 아닌 ‘사고의 전환’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초현실주의(Surrealism) 역시 전통적인 미적 개념에서 벗어나 무의식과 꿈의 세계를 탐구했다.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The Persistence of Memory)〉은 왜곡된 형상과 비현실적인 공간을 통해 인간의 무의식을 표현하는 작품으로, 미적 아름다움보다는 심리적 깊이에 집중했다.

 

이처럼 현대 예술에서는 미적 기준이 다양해지면서, 아름다움이 예술의 필수 조건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3. 현대 예술에서 ‘추(醜)의 미학’과 개념 예술

 

20세기 후반부터 예술은 더욱 급진적으로 변화하면서, 기존의 미적 개념을 완전히 해체하는 실험이 이루어졌다. 특히 ‘추(醜)의 미학’이 등장하며, 예술이 반드시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① ‘추(醜)의 미학’이란 무엇인가?

 

추의 미학은 아름다움이 아닌 불쾌함, 혐오감, 충격을 예술의 주요 요소로 활용하는 개념이다. 독일 철학자 로젠크란츠(Karl Rosenkranz)는 《추의 미학》에서 ‘추함’ 또한 예술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예술이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현실을 반영하는 방식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② 예시: 프랜시스 베이컨과 트레이시 에민의 작품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은 인간의 신체를 왜곡하고 강렬한 색감을 사용하여 불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작품을 제작했다. 그의 〈자화상〉 시리즈는 전통적인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지만, 인간의 심리적 불안과 실존적 고민을 강하게 전달한다.

또한, 개념 예술가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의 〈내 침대(My Bed)〉는 예술의 전통적인 개념을 완전히 뒤흔들었다. 이 작품은 정리되지 않은 침대를 그대로 전시하며, 인간의 개인적인 감정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이는 미적 아름다움이 아니라 개인의 경험과 감정을 예술로 승화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예술은 반드시 아름다워야 하는가?

 

예술이 반드시 아름다워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시대에 따라 달라져 왔다. 전통적으로 예술은 조화와 균형을 강조하는 아름다움을 추구했지만, 현대 예술에서는 감정, 개념,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오늘날 예술은 ‘아름다움’을 추구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추함’, ‘불편함’, ‘충격’, ‘아이러니’ 등을 활용하여 새로운 미적 경험을 창출한다. 이는 예술이 단순한 미적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사회적 맥락을 반영하는 강력한 표현 수단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예술이 반드시 아름다워야 한다는 전제는 현대 예술에서 점점 더 약해지고 있으며, 예술의 본질은 ‘미적 경험’보다는 ‘의미의 창출’로 확장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