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은 단순한 영감의 순간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많은 예술가들은 ‘꾸준함’과 ‘반복’이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습관을 통해 창작을 이어가며, 이를 통해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 나간다. 예술가의 습관은 작품의 질적 성장을 좌우할 뿐 아니라, 창작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소다. 이 글에서는 예술가들이 창작을 지속할 수 있는 내적 원동력이 어디서 비롯되는지를 살펴보고, 그들을 지탱하는 습관과 태도가 어떤 방식으로 작품에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탐구해보려 한다.
1. 규칙적인 루틴: 창작의 안정된 토대
예술가들의 작업 일정을 들여다보면, 의외로 ‘규칙적’이라는 공통점이 보인다. 이는 창작의 불확실성과 감정적 기복 속에서도 일정한 흐름을 유지하기 위한 자기만의 전략이다. 가령 소설가 하루키 무라카미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정해진 시간 동안 글을 쓰고, 이후에는 운동과 독서로 일과를 마무리한다고 한다. 이처럼 규칙적인 일과는 영감의 유무와 상관없이 몸과 마음이 자동적으로 창작 모드로 진입하게끔 한다.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 역시 “매일 스튜디오에 나가 붓을 잡는 것”이 자신에게 있어 가장 큰 힘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루틴은 창작의 질을 꾸준히 유지하게 할 뿐 아니라, 예술가로서의 삶을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다.
루틴은 창작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줄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작품을 완성해야 한다는 압박감 대신, 단지 ‘작업실에 가서 한 시간만 무언가를 해보자’는 가벼운 태도로 임하게 되면 창작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닌 일상의 일부가 된다. 창작의 흐름은 고요하게 반복되는 습관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며, 결국 이를 통해 자신만의 예술 언어가 형성된다.
2. 관찰과 기록의 습관: 영감의 씨앗을 수집하는 법
예술가에게 세상은 끝없는 관찰의 대상이다. 그들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장면, 감정, 사람들, 자연현상 등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이를 기록함으로써 무수한 영감의 조각을 축적한다. 이 습관은 창작의 원재료를 확보하는 방법이며, 순간적인 직관이 아닌 지속적인 축적과 탐색을 가능하게 한다.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는 빛의 변화와 자연 풍경의 미묘한 차이를 포착하기 위해 동일한 장소에서 수십 번, 수백 번의 스케치를 반복했다. 그의 작업은 관찰을 기반으로 한 일상의 기록이 어떻게 하나의 작품 세계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기록의 형태는 다양하다. 드로잉, 글쓰기, 사진 촬영, 음성 메모 등 개인의 성향에 따라 차이를 보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이 세상과 접촉한 흔적을 남긴다는 점이다. 이 기록들은 창작의 영감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작품 구상 시 실질적인 자료로 활용된다. 관찰과 기록은 세상과 자신을 잇는 다리이며, 이를 통해 예술가는 내면의 감정과 외부 세계를 연결한다.
3. 실패를 받아들이는 태도: 반복과 실험의 가치
창작 과정에서 예술가는 종종 실패를 경험한다. 그러나 이 실패를 ‘창작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예술가의 지속성을 가능하게 한다. 음악가 존 케이지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실패는 단지 새로운 가능성의 이름일 뿐”이라고 말하며, 실험과 실패를 예술적 진보의 중요한 과정으로 강조했다. 예술가에게 실패는 끝이 아니라 방향을 수정하는 이정표이며, 이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며 창작의 깊이를 더해간다.
화가 잭슨 폴락의 작업 방식은 실패를 수용하고 즉흥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예다. 그는 캔버스를 바닥에 두고 물감을 뿌리고 흘리는 ‘드리핑 기법’을 통해 예측 불가능한 형태를 창조했으며, 이러한 방식은 수많은 실험과 시행착오 속에서 탄생했다. 그의 작품은 철저히 즉흥적이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반복과 실험의 습관이었다. 실패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포착하고 이를 작품으로 전환하는 능력은 오직 지속적인 창작을 통해서만 길러질 수 있다.
4. 내적 동기와 예술가적 태도: 창작을 향한 소명의식
예술가들이 창작을 지속하는 가장 깊은 원천은 외적 보상이 아니라 내적 동기다. 명성이나 경제적 성공과 무관하게, 창작 그 자체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스스로를 예술가로서 자각하는 태도는 꾸준한 작업을 가능하게 한다. 바흐나 베토벤 같은 음악가는 청중의 반응을 넘어서 자신만의 예술적 기준을 추구하며 수많은 곡을 완성했고, 이는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현대 예술가 중에서도 일본의 아티스트 쿠사마 야요이는 90세가 넘은 지금도 매일 작업실에서 창작을 이어간다. 그는 자신에게 있어 창작이란 “생존을 위한 방법이자 삶의 방식”이라며, 예술이 개인의 삶과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깊은 차원의 행위임을 강조했다. 이런 태도는 창작을 단지 직업적 활동이 아닌, 존재의 표현으로 받아들이게 하며, 그로 인해 예술가는 끊임없이 작업으로 향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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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을 지속하는 힘, 일상 속에 숨은 예술가의 정신
예술가의 창작은 영감의 순간뿐 아니라, 습관적 반복과 내면의 태도 속에서 지속된다. 규칙적인 루틴은 혼란 속에서 질서를 제공하고, 관찰과 기록은 영감의 씨앗을 축적하게 하며, 실패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예술적 깊이를 더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면에서 비롯되는 창작의 의지와 삶을 예술로 살아가려는 태도다. 이러한 요소들이 함께 어우러질 때, 예술가는 영감 없이도 꾸준히 작품을 만들 수 있으며, 그것은 결국 예술가의 삶 그 자체로 연결된다. 창작을 지속하는 힘은 거창한 열정이 아니라, 사소한 습관과 태도 속에 숨겨져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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